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초희의 의중은 내 눈길 밖에 있었다.
유아인과 유재명이 핵심인물인 영화니까 그들이 연기하는 태인과 창복에게 마음 이 입을 했다.
이래서 영화가 끝날 때쯤에는 창복이 무사히 돈을 챙기고 초희는 식구의 품으로 돌아가는 청산을 고대했다.
소리도 없이를 보면서 느낀 점은, 포커스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담론의 결이 적절히 달라진다는 거였다.
초희 입장에서 보면 이 영화는 적절히 무시무시하다.
아이가 웬만한 정신력으로는 버티기 힘든 전경에 놓여있기 까닭이다.
초희의 행동이 마치 스톡홀름 증후군 처럼 보이지만, 저것보다는 초희는 어찌하여 해야 자기가 살아남을수 있을지 선천적인 소질적으로 알아차렸던거 같다.
초희는 시시한 것장을 방불케 하는 태인의 집을 깨끗이 멸균해 놓고, 태인의 동생을 빈틈없이 보살피며, 태인과 창복의 작업 현장에 가서 군소리 없이 혈혈단신 잘 논다.
심지어 시체 처리를 영원까지한다.
유괴를 당한 뒤 초희가 겪었던 일련의 일들을 돌이켜 보면, 초희는 살아남기 위해 태인의 비위를 맞췄을 뿐, 태인에게 어떠한 정서적 유대도 느끼지 않았던것 같다.
나도 모르게,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편향에 빠졌던거 같다.
주인공에게 마음 이 입을 하는 바람에 초희가 느꼈을 절망감, 공포를 무의식적으로 내 머릿속에서 밀어냈다.
그러고는 초희의 행동, 겉모양빛, 말투를 제멋대로 해석해서 초희와 태인 사이에 유대 관계가 형성됐다고 믿어버렸다.
담임 선생님이 태인을 가리켜 유괴범이라고 소리치고 태인이 놀라 허겁지겁 도망치는 광경을 보면서, 내 다짐이 그릇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초희는 태인을 좋은 사람이라고 다짐하지 않았다.
초희에게 태인은 단지 유괴범에 지나지 않았다.
소리도 없이의 끝판이 초희가 태인에게 감사의 눈빛을 보내고, 태인이 그런 초희를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거로 끝맺었다면, 그간 봐왔던 영화와 별로 다를게 없는 영화가 되어버렸을 것이다.
그렇지만 소리도 없이는 기존의 영화와 결을 달리한다.
이 영화는 보도에 나왔더라면 품행이 품행이 사악한 놈 소릴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들었을 법한 대리분들의 인간적인 면을 부각해 관중의 가치판단을 흐려 놓는다.
그런즉 어느 별안간 선과 악의 구분이 모호해지는데, 초희가 태인의 집에서 도망친 뒤 보탬을 청한 아저씨는 누가 봐도 아동 성추행범 처럼 생겼지만, 실사 그 아저씨는 술 취한 순경이었다.
정형화된 틀에 이질적인게 섞이면 새삼스러운 시각으로 바라보는게 아니라, 꼴사나운 부분을 제멋대로 재단해서 그 틀에 억지로 끼워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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